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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atement (2023, 글 최원서)

  기성의 사물은 대체로 명확한 용도가 부여된 채 동일한 원인과 결과를 반복하며 수동적이고 결정론적인 존재로 귀결되어 왔다. 그러나 때때로 사물이 본래의 용도를 벗어나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도, 익숙한 장소에서 떠나 새로운 환경과 관계 맺을 때 예측 불가능한 잠재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사물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발현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 종종 그것과 무관한 감각을 떠올린 경험이 있다. 화장실 타일에서 자비로운 천사를 발견하기도 하고, 콘센트 소켓에서 의아한 표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나 아포페니아(Apophenia) 로 불리는 이러한 망상의 경험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물의 잠재성을 발굴하는 하나의 단초가 된다.

  그렇기에 나는 사물을 바라보며 자주 망상에 빠지곤 한다. 나의 일상에 즐비한 플라스틱 쓰레기나 숟가락, 칫솔, 의자, 혹은 공사 현장의 자재들은 그 대상이 된다. 가끔 사물의 용도가 희미해지고 형상만이 생경하게 망막에 맺힐 때가 있는데, 주로 가려진 부분이나 오류의 지점이 드러날 때 그러하다. 그 특이점을 발견한 순간에는 기존의 용도를 너머서, 완전히 다른 활용이 떠오르거나, 새로운 형태를 상상하게 되기도 하며, 모종의 감정에 이입되기도 한다. 뜻밖의 장소나 이야기와 연결되는 경험 또한 흥미로운데, 이렇게 하나의 사물로부터 비롯된 창발적이고 사변적인 세계관은 점점 구체화 되어간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은 마치 한 사물의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이 여행의 관광객은 내가 되고, 안내자는 사물이 된다. 우리는 이곳, 저곳을 경유하고 횡단하며 가구가 되기도 하고 조각이 되기도 하며 한없이 가벼워졌다가 무거워 지기도 한다. 그렇게 위계화 된 감각이 뒤섞인 고유한 지도를 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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